색종이 같은 꽃잎… 이른 봄, 이 꽃 보면 풍년 든대요
이른 봄, 아직은 황톳빛으로 메말라 겨울의 기운을 간직한 공원에서 풍년화(豊年花)를 찾아보세요. 노란 봄꽃인 풍년화는 개나리나 산수유보다 소박한 꽃이에요. 꽃이 암갈색 나뭇가지에 딱 붙어 피는 데다 네 가닥으로 뻗어 있는 꽃잎이 국숫발 같기도 하고 색종이를 구겨 놓은 것처럼 쭈글쭈글해 보이기도 해요. 마치 꽃이 시들어 있는 것처럼 보여 핀 건지 아닌 건지 헷갈릴 때도 있어요.

하지만 풍년화는 초록빛 잎사귀가 싹을 돋우기도 전에 네 가닥 꽃잎을 먼저 뻗어 봄의 시작을 알리는 식물이에요. 다른 식물들이 꽃이나 잎을 틔울 준비를 하는 3월 초순, 풍년화는 2월 내내 붉게 오므려 있던 꽃잎을 활짝 편답니다. 햇볕을 더 받고 싶다는 듯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있는 나뭇가지마다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작은 꽃들이 여러 개씩 쌍을 이뤄 빼곡히 피어 있어요. 옛날 우리 조상은 이른 봄에 이 꽃을 보면 ‘올해 농사가 풍년이 든다’고 믿어서 이름을 풍년화라고 지었답니다.
풍년화는 아무리 커도 6m 정도로 자라는 키가 작은 나무예요. 땅에서 동전 두께만 한 가느다란 줄기가 여러 개 올라와 한쪽 팔을 펼친 만큼 큰 포기를 이루는 나무이지요. 풍년화의 영어 이름은 ‘위치하젤(Witch Hazel)’인데요. 얇게 솟아난 줄기가 마녀의 마술 지팡이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에요. 풍년화의 나뭇가지를 이용하면 땅속 지하수를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신비로운 이야기도 전해 내려오고 있어요.
풍년화는 매우 훌륭한 정원용 식물이에요. 풍성하게 피어나는 꽃의 화사함도 좋지만 은은한 향기도 매우 좋답니다. 아담한 크기에 개성적인 수형을 갖추고 있어 작은 정원에 포인트로 심어도 제격이에요. 또한 풍년화는 그늘에서 버티는 힘도 좋아 어디든 잘 자란다고 합니다. 이른 봄 아이들에게 풍년화 꽃을 자세히 살펴보게 한 후에 무엇처럼 보이냐고 물으면, “제기 만들 때 종이 찢어놓은 것 같아요”, “파마한 엄마 머리 닮았어요”라는 아이들의 답을 들으면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수술은 4개, 암술은 1개이며 암술대는 2개 랍니다. 열매는 속이 여러 칸으로 나뉘어서, 각 칸 속에 많은 씨앗이 들어있는 열매의 구조를 가진 삭과로서 10월에 익는데, 달걀 모양 구형이고 짧은 솜털이 빽빽이 나며 2개로 갈라진다고 해요. 씨앗은 검고 탄력이 있어 튀어 나온답니다.
우리나라에 피는 풍년화는 대부분 일본이 원산지예요. 1930년 무렵, 서울 홍릉 산림과학원에 가장 먼저 심어진 뒤 여러 곳으로 퍼진 나무라고 해요. 추위와 대기오염에 강해 전국 어디서나 잘 자랄 수 있어 지금은 많은 공원과 식물원에서 만날 수 있어요.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일본 풍년화 외에도 중국 풍년화, 서양 풍년화, 모리스 풍년화 같은 비슷한 품종이 세계적으로 많아요. 꽃잎이 빨간 것도 있고, 꽃잎 길이가 손가락 한 마디 크기보다 훨씬 긴 것도 있지요.


풍년화는 오랜 시간 인류와 함께한 천연 치료제(허브)이기도 했어요. 8세기부터 영국의 앵글로색슨족은 날카로운 것에 손이 베거나 불에 덴 신체 부위를 닦아낼 때 풍년화 잎과 나무껍질을 이용했다고 해요. 또 17세기 초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매사추세츠 지역의 유럽 이민자들에게 상처를 진정시키는 약으로 풍년화를 진하게 달이는 방법을 알려줬지요. 잎과 꽃, 나뭇가지를 증류한 물이 세균을 죽이는 역할을 해서 매우 신비로운 식물로 여겨졌어요.
현재도 풍년화는 다양한 방식으로 추출돼 진통제, 방부제, 항(抗)염증제 같은 치료제 뿐만 아니라 데오도란트(땀 냄새 억제 제품)와 파운데이션 같은 화장품에도 쓰이고 있답니다.
출처: 조선멤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