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 열매를 맺는 이유는
동물을 이용해 번식하기 위한 전략이다. 땅에 뿌리를 고정하고 살아야 하는 식물들은 적합한 계절에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씨앗을 물리적으로 ‘멀리’ 퍼트려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한정된 땅에서 영양분과 빛을 두고 후손과 경쟁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이다. 식물들은 새나 동물에게 눈에 띄는 아름다운 색과 향을 열매를 위해 준비한다. 열매의 달고 맛있는 과육을 동물에게 제공해 그 과일을 먹은 값으로 동물이 씨앗을 퍼트리게 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열매는 씨앗이 준비된 정도에 따라 다른 색, 향, 맛을 준비한다.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시기에는 동물을 회피하게 하는데 그게 바로 잎과 구분이 잘 가지 않게 하는 초록 열매와 쓰거나 떫은맛을 내는 성분을 갖게 하는 것이다. 씨앗이 싹을 틔울 준비가 안 된 상태로 땅에 떨어지면 안 되기 때문이다. 반면에 잘 익은 열매에 좋은 향과 맛을 갖게 한다. 이는 식물이 자기 자신이 아닌 열매를 먹는 다른 동물을 위해 만든 물질들 덕분이다. 여기에는 다양한 색소와 대사물질이 포함돼 있는데 열매 속 이런 대사물질은 2차 산물로 식물의 생리 기능에 직접 기여하지 않는 성분이다. 여기에는 또 다른 전략인 ‘멀리 가서 배설물로 나오게 하기 위한’ 물질도 포함한다. 열매에 들어가 있는 글리코알칼로이드는 변비를 일으켜 멀리 이동한 뒤 배설을 통해 씨앗을 퍼트리게 한다. 또 씨앗이 소화되기 전에 배출되도록 설사를 일으키는 성분(쿠쿠르비타신)을 만들기도 한다.
출처: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