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으로 떨어진 씨앗은 어떻게 발아하나
땅에 떨어진 씨앗은 어디에서든 싹을 틔울 수 있을까? 우리는 초등학교 시절 씨앗의 발아 조건으로 물, 온도, 빛을 배웠다. 그렇다면 씨앗은 그 조건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씨앗은 발아 단계 전 종자 휴면이라고 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는 씨앗이 발아하기 적합한 환경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적당하지 않은 환경에서의 발아는 결국 번식 실패를 의미한다. 벼가 이삭에 매달린 상태에서 일찍 발아하면(수발아 현상) 벼의 전략도 실패이며 곡물 생산에도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이런 불리한 환경에서의 발아를 조절하는 단백질이 식물 호르몬 아브시스산(Abscisic acid)이다. 이 호르몬은 어린 식물이 버틸 수 없는 환경에서 일찍 발아하지 않도록 종자의 휴면 상태를 유지시킨다. 배젖의 세포막에 위치한 수용체가 호르몬의 분비와 수용에 관여하며 종자의 휴면 상태를 유지시키는 것이다. 동물의 섭식과 배설 과정으로 씨앗의 발아율이 높아지기도 하는데, 국립공원종복원센터 연구에 따르면 산양의 배설물에서 나온 헛개나무 씨앗은 산양의 되새김질 과정으로 씨앗이 얇아지고, 배설물에 포함된 미생물과 수분 등을 이용해 발아가 촉진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약성서에 아담과 하와가 먹은 ‘사과’는 유혹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렇게 따지고 보니 그것이 바로 모든 열매의 본질이다. 그리고 식물 번식을 위한 영양소 가득한 씨앗은 인류에게 농경과 정착을 시작하며 문화를 발전시키게 한 문명의 젖줄이었다.
출철: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