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기나무 해설
박태기나무 이름이 생소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박씨 성을 가진 사람이름 같기도 하고 이름에서 부터 궁금증이 커진다. 박태기 나무는 그 모양이 마치 밥알, ‘밥풀떼기’, ‘밥티기’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것과 같다고 해서 ‘밥풀대기나무’, ‘밥티나무’ 등으로 불리다가 ‘박태기나무’가 되었다고 한다. 좀 생뚱맞긴 해도 한번 들으면 쉽게 잊혀 지지 않는 나무 이름이 정겹다. 양반들이 먹던 하얀 쌀밥이면 더 좋겠으나 꽃이 진분홍색이니 조나 수수의 밥알을 생각하면 이해가 될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우리가 먹는 음식을 빗대어 지어진 이름으로 이팝나무, 조팝나무, 며느리밥풀꽃, 박태기나무까지 유독 이름에 ‘밥’자가 들어간 나무가 많은 것은 그 옛날 먹을 게 귀했던 시절에 옛 사람들은 꽃을 보고라도 배고픔을 달래고 싶었던 것으로 유추해 본다.
중국 원산으로 중국과, 한국에 분포하며 콩과식물의 낙엽 활엽 떨기나무로 그리 크지 않게( 3~5m) 자란다. 박태기 나무는 추위에 잘 버티며 대부분의 콩과 식물이 그렇듯이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특성이 있어 화단이나 정원에 관상용으로 심어 기른다. 우리나라에서는 선비들이 공부하는 서원에서부터 스님들의 수행 공간인 사찰, 유적지 등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최근에는 공원이나 주택의 정원에 주로 심고 있다.
콩과 식물의 특징대로 9~10월에 기다란 꼬투리 모양의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다. 열매 안에는 납작한 씨가 들어 있다.
숲해설 포인트
꽃말은 우정으로 봄철 잎이 없는 앙상한 가지에서 꽃이 다닥다닥 올망졸망 붙어서 피는 모습에 그 연유가 있는 것 같다. 한자로 자형화(紫荊花)라고 한다. 한자를 그대로 풀이하면 자주색 꽃을 피우는 나무라는 뜻이다. 또한 자형화 속에는 ‘화목한 형제애’를 비유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진분홍 꽃 못지않게 박태기나무의 또 다른 매력은 하트 모양으로 달리는 잎에 있다. 꽃이 질 무렵에 어긋나게 피어나는 박태기나무의 잎은 손바닥 반 정도의 크기로 표면에 윤이 나는 완벽한 하트모양이다. 누군가에게 사랑을 표현하고 싶다면 박태기나무의 잎을 따다가 “내 마음이야!”라고 전해보시라. 소위 ‘심쿵!’할 것이다
식물이 꽃을 피우는 이유는 번식을 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잎을 내기도 전에 꽃을 피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꽃눈 형성호르몬, 플로리겐(florigen)
1937년 러시아 과학자 미하일 차일라?은 식물에 온도와 광주기에 반응해 개화를 유도하는 물질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빛을 감지하는 위치를 찾기 위한 실험을 진행한다. 그는 단일식물(낮이 짧아질 때 꽃을 피우는 식물)인 국화의 일조시간을 길게 조절한 후(즉 꽃이 피지 못하는 조건을 형성한 후), 꽃이 핀 식물 일부를 접붙이해 시간이 지난 후 이 식물 전체에 꽃이 피는 것을 확인했는데, 이는 이미 꽃이 핀 식물의 잎에 개화를 유도할 수 있는 물질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결과였다.
그는 이 물질을 꽃눈 형성호르몬, 플로리겐(florigen)이라고 명명했다. 꽃눈이 개화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자극이 필요한데, 봄에 꽃을 먼저 피우는 식물에게는 겨울의 낮은 온도가 개화의 필요조건이다. 그리고 그 시기를 보낸 뒤 마지막으로 꽃이 필요한 온도와 빛의 주기가 채워지면 식물은 그제야 꽃봉오리를 준비한다.
식물은 자신이 꽃을 피워야 할 시기를 밤낮의 길이와 기온의 변화를 감지해서 조절한다. 빛은 인간으로 치면 눈과 같은 역할을 하는 피토크롬(phytochrome)이라는 광수용체를 이용한다. 그리고 그 빛의 주기가 중요한데, 일조시간이 길어지면 꽃을 피우는 장일 식물과 그 반대인 단일식물, 그리고 광주기성과는 관련 없이 온도와 같은 다른 요인에 의해 개화가 촉진되는 식물(토마토 등)도 있다. 특이하게 특정 나이가 될 때까지 꽃을 피우지 않는 식물도 있다. 코코넛의 한 품종은 8년이 지나서야 꽃을 피우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