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로쇠나무 수액에 대한 기록

봄이 되면 나무들의 물 올림이 왕성해진다. 특히, 단풍나무와 자작나무과에 속하는 나무들은 줄기에 상처를 내면 많은 양의 수액이 흘러나온다. 그 맛이 달고 부드러워 마시기도 한다. 남쪽의 고로쇠나무를 시작으로 곡우 전후까지 중부 이북지역에서도 여러 종류 나무의 수액을 받아 마신다. 어렸을 적 고향 강원도 양양에서는 ‘곡우물’로 불렀던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수액을 마시는 단풍나무과 나무 중에는 고로쇠나무와 복자기나무가 대표적이고, 자작나무과의 물박달나무, 거제수나무, 사스래나무 수액도 비슷한 맛이 나고 마실 수 있다.
고로쇠의 어원이 ‘골리수(골利樹)’ 혹은 ‘골리수(骨利水)’라는 주장도 있지만, 구황식물에 대한 우리나라 옛 기록 어디에서도 수액에 대한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 다만 일제강점기 발행한 ‘조선삼림식물도설(1943, 정태현)’과 ‘조선의 구황식물과 그 식용법(1944, 林泰治)’에 고로쇠 수액을 마신다는 기재가 있지만 언제부터였는지 연원을 알 수 있는 내용은 없다.
봄철에 나무 수액을 마시는 것에 대한 구체적 기록은 1935년 조선약학회에서 발행한 ‘조선약학회잡지 16권 1호(川口利一, 김기우)’에서 처음 확인된다. 곡우 전후 약 2주간 지리산에서 자라는 자작나무속(屬) 나무(Betula bhojpattra var. typica Shir.) 줄기에 창상을 내서 받은 수액을 영산약수(靈山藥水)라 하며 마셨고, 구례 화엄사에서는 병당 15전에서 20전을 받고 팔았다는 내용이 있다. 이 논문의 나무 학명 Betula bhojpattra는 사스래나무 학명(B. ermanii)의 비합법명이므로 정확한 종은 확인이 필요하지만 사스래나무, 거제수나무, 자작나무 중의 한 종일 가능성이 크다.
조선 후기까지 다양한 증보판으로 발행된 ‘구황촬요(救荒撮要)’에는 기근을 잊기 위해 하루 1,000번의 침을 모아 삼키고 3되의 물을 마시라는 내용도 있다. 그러면서도 나무의 수액에 대한 내용이 없는 것이 의아하다. 영양이 절대 부족했던 보릿고개엔 당과 무기물이 많은 나무의 수액이 허기를 달래기에도 좋았을 터인데 말이다.
이 고로쇠나무에 얽힌 전설이 있다. 삼국시대에 백제와 신라의 병사들이 섬진강을 옆에 끼고 중간에 서 있는 백운산에서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한 신라 병사가 목이 말라 샘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고 마침 화살이 꽂힌 나무에서 맑은 물이 흘러 나오는 것을 발견하였다. 얼른 그 물을 마셨더니 갈증을 풀어 줌은 물론이고 힘이 용솟음쳐 백제군을 물리치고 승리하게 되었는데, 이 나무가 바로 고로쇠나무이다.
‘고로쇠’는 원래 뼈(骨)에 이로운(利) 물(水)이라는 뜻으로‘골이수’라고 불렀다. 도선국사가 오랜 수도 끝에 득도하여 일어서려는데 무릎이 펴지지 않아 앞에 있는 나무가지를 잡고 일어서는 순간에 가지가 부러지면서 물방울이 떨어져 그 물을 받아먹고 무릎이 펴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고로쇠나무는 해발 약 500∼1200m 고지대에 자생하며, 고로쇠 수액은 우수 무렵부터 채취하여 경칩을 전후하여 약 45일 정도 채취가 가능하다. 이 수액은 뼈를 튼튼하게 하고 몸 속의 노폐물을 씻어주며, 비뇨기계통, 위장병, 성인병예방, 피부미용에 효과가 있다고 하며, 나무의 천연음료로써 신비의 물이라고 할 수 있다.
출처: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