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나무 3형제의 친근함
따뜻한 봄볕이 온 땅을 부드럽게 감싸는 3월, 겨우내 움츠렸던 생명들도 하나둘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다. 나무들도 예외 없이 멈춰있던 몸을 쭉 펴며 가지마다 새싹과 꽃망울을 방울방울 달기 시작한다.
우리 속담에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라는 말이 있다. 가지가 많으니 작은 바람에도 잘 흔들린다는 뜻이지만, 이 속담에는 오랜 세월 우리 곁을 지켜온 나무들의 삶이 우리 삶과 닮았다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오늘은 우리 삶과 닮아 있는 향토수종, ‘팽나무’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보고자 한다.



‘팽나무’라는 이름은 나무의 단단한 열매가 팽총의 총알로 쓰인 데서 비롯됐다. 마을 어귀에 흔히 심어 그늘과 쉼터를 제공하는 느티나무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으나, 팽나무는 우리 주변 어디에서든 쉽게 만날 수 있는 친근한 나무다. 특히 2022년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소덕동 팽나무로 소개된 ‘창원 북부리 팽나무’는 드라마 방영 이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많은 국민의 사랑과 관심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팽나무가 지닌 문화적 가치와 자연의 아름다움에 많은 이들이 새롭게 눈을 뜨기도 했다.


팽나무는 넓게 퍼지는 우아한 수형과 강인한 생명력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여러 갈래로 뻗은 가지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고, 겨울에는 묵묵히 마을을 지킨다. 특히 환경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적응력과, 잘려도 다시 돋아나는 강한 맹아력을 바탕으로, 오랜 세월 마을과 숲의 역사를 간직한 나무로 사랑받았다. 우리 곁에서 곧고 든든하게 자리를 지켜온 이 나무는 자연과 인간이 함께하는 숲의 소중한 증인인 셈이다.

친척인 ‘왕팽나무’는 팽나무보다 더 크고 뚜렷한 잎과 열매를 지닌다. 특히 잎끝이 거북이 꼬리처럼 독특하게 갈라져 자연이 빚어낸 예술품을 떠올리게 해 감탄을 자아낸다. 팽나무와 마찬가지로 왕팽나무 꽃은 얼핏 작은 벌레 무리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화려한 꽃잎 대신 하얗고 도드라진 암술머리가 모여 있어 숲속의 작은 비밀처럼 신비로운 매력을 드러낸다.


‘팽나무 3형제’의 세 번째 주인공인 풍게나무는 팽나무, 왕팽나무가 선명한 황적색 열매를 맺는 것과 달리, 진한 검은 열매가 특징이다. 멀리서 보면 팽나무와 매우 흡사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잎 가장자리에 뾰족한 톱니가 있어 무딘 톱니를 지닌 팽나무와 구별된다. 은은한 회색빛의 매끈한 나무껍질 역시 팽나무 삼형제의 신선한 인상을 만드는 비결 중 하나다.
팽나무, 왕팽나무, 풍게나무는 오랜 세월 마을 어귀와 숲을 지키며 계절의 변화를 고스란히 품어온 나무다. 느티나무에 비해 덜 알려졌지만 팽나무 3형제 역시 풍성한 가지로 넉넉한 그늘을 만들어주는 고마운 존재다. 느티나무의 얼룩덜룩한 나무껍질에 비해 팽나무와 풍게나무는 회색빛이 감도는 매끈한 나무껍질로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살랑이는 봄바람 속, 우리 주변의 ‘팽나무 3형제’를 만난다면, 오랜 시간 묵묵히 삶을 지켜온 그들에게 깊은 감사와 응원의 마음을 전해보길 바란다.
출처 : 이코리아